1 화
팔자에 없는 집
잔고 4만 원의 백수에게 청담동 한옥이 상속됐다 — 등기부에 없는 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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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팔자등도, 한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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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자는 어떤가 — 풀이 받아 보기사주·궁합·관상 — 청담해화당 본채다음 화는 공개되는 대로 이 목록에 올라옵니다 · 🔔 새 회차 알림 받기
이번 화 줄거리 (다 읽은 뒤 펼쳐 보세요)
새벽 3시 33분, 청담동 쇼윈도의 마네킹들이 지나가는 한 여자를 일제히 돌아보았습니다. 그녀의 등에는 검은 것이 업혀 있었지만, 그녀는 그 시선을 인기라고 불렀습니다. 장면은 고시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스타트업 세 곳을 연달아 접은 스물일곱 살 공만복은 잔액 41,024원을 보며 라면 개수를 셈하다 법무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 공순애가 청담동 가옥 한 채를 남겼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매매는 어려울 거라는 말에도 만복은 무조건 팔겠다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그 주소는 지도앱이 30미터 앞이라고만 되풀이하는 곳이었고, 배달기사마저 3년째 찾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법무사가 보낸 놋열쇠의 금줄 매듭이 저절로 풀리자 없던 골목이 열렸고, 한옥 신당 청담해화당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장부를 안은 도깨비불 해화지기가 그를 맞았습니다. 신당 안 감실 열일곱 자리는 삼신 자리의 잔불 하나만 남기고 모두 꺼져 있었습니다. 마지막 제자 도해수는 그를 도둑으로 알고 부적을 던졌지만, 부적은 이마에서 힘없이 미끄러졌습니다. 해수는 이 집이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집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 여덟 글자의 등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때 중개인 마 여사가 대문을 두드렸고, 만복은 그녀의 어깨에 올라탄 회색 형체를 맨눈으로 보았습니다.
이번 화에 나온 이야기
«팔자에 없는 일»이라는 말은 뜻밖의 처지를 만났을 때 우리말에서 흔히 쓰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팔자(八字)는 사람이 태어난 해·달·날·시각을 각각 두 글자의 간지로 적은 여덟 글자를 말합니다. 네 개의 기둥에 글자가 둘씩 붙는다고 해서 사주(四柱)라 하고, 둘을 합쳐 사주팔자라고 부릅니다. 기둥마다 위에는 하늘의 글자인 천간이, 아래에는 땅의 글자인 지지가 놓입니다.
이 여덟 글자를 세우려면 날짜를 간지로 바꾸는 표, 곧 만세력이 필요합니다. 명리학에서 한 해의 경계는 양력 1월 1일이나 음력 설이 아니라 입춘입니다. 달이 바뀌는 경계도 절기를 따릅니다. 그래서 같은 날 태어나도 태어난 시각에 따라 마지막 두 글자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통 명리는 여덟 글자를 좋고 나쁨을 매기는 성적표로 보지 않았습니다. 글자마다 나무·불·흙·쇠·물 가운데 한 기운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 기운들이 서로 어떻게 놓였는지를 읽어 타고난 결과 흐름을 설명하려 했을 뿐입니다. 이번 화 끝의 명리 노트가 좋은 팔자도 나쁜 팔자도 없고 제자리를 못 찾은 글자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작품 속 «팔자등»은 이 여덟 글자를 눈에 보이는 등불로 옮긴 이야기 속 설정입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여덟 글자가 통째로 없다는 공만복의 처지가 그래서 더 기이한 일로 그려집니다.
이번 화에 나온 사람들
- 공만복
- 잔고 41,024원의 스물일곱 백수. 청담동 한옥을 상속받았다
- 도해수
- 해화당의 마지막 제자. 만복의 머리 위가 비어 있음을 본다
- 해화지기
- 장부를 안은 도깨비불 정령. 팔자가 안 보여 셈을 못 한다
- 마 여사
- 집을 사겠다며 찾아온 중개인. 어깨에 회색 형체가 업혀 있다
- 법무사(목소리)
- 백파법률사무소. 전화로 상속 소식을 알린 목소리
- 배달기사
- 3년째 그 주소를 못 찾았다는 헬멧 쓴 라이더
- 백파만신(공순애)
- 만복의 할머니이자 선대 당주. 회상 속 기도로 등장한다
- 정체 모를 여자
- 콜드오픈의 여자. 눈에 빛이 없고 붉은 꽃잎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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